하나의 나무에서 자두, 복숭아, 살구가 ?
세상엔 때때로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식물이 실제로 존재한다.
한 그루의 나무에서 자두, 복숭아, 살구, 체리, 넥타린 같은 서로 다른 과일이 주렁주렁 열리는,
믿기 어렵겠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나무가 있다.
바로 ‘프랑켄슈타인 나무 (Tree of 4 Fruit) 라고 불리는 신기한 나무다.
이 나무는 사실 자연적으로 자란 것이 아니라 ,
미국의 예술가이자 식물학자 샘 반 아켄(Sam Vann Aken)이 만든 작품이다.
그는 뉴욕 시러큐스 대학에서 예술을 가르치던 중 , 사라져가는 고유 품종의 과일나무를
보존하고 싶다는 마음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수백 종의 전통 과일나무 가운데 40종을 한 나무에 접목하여 만든 것이 바로 이 ‘프랑켄슈타인 나무’다.
처음엔 농업 실험처럼 시작되었지만 , 지금은 과학과 예술, 생태 보존의 가치를 모두 품은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나무는 봄이 되면 각기 다른 품종의 꽃이 가지마다 피어나면서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어떤 가지에서는 연분홍빛 복숭아꽃이, 또 다른 가지에선 하얀 살구 꽃이, 붉은 체리꽃이 한꺼번에 피어난다.
그야말로 ‘봄날의 혼합 오케스트라’ 같은 나무다.
그렇다면 이런 기적 같은 일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
비밀은 바로 접목(gragting) 기술에 있다.
접목은 오랜 시간 동안 농업과 원예에서 사용되어온 전통 기술로 ,
뿌리가 되는 나무(대목)에 다른 나무의 가지(접수)를 붙여 키우는 방법이다.
같은 과에 속하는 식물끼리는 유전자가 가까워 비교적 쉽게 하나의 나무에서 함께 자랄 수 있다.
프랑켄슈타인 나무의 경우, 모두 벚나무과(Prunus)’ 식물이라 가능한 일이다.
자두, 복숭아, 살구, 체리, 넥타린 모두 벚나무과에 속해 있어서 서로 다른 과일임에도
하나의 나무에서 함께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이 나무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예쁜 나무 그 이상이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는 전통 품종의 보존, 그리고 기후 변화에 대한 농업의 대응 가능성을 제시한다.
상업적으로는 더 이상 인기 없지만 , 고유한 맛과 향을 가진 과일들을 잃지 않고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다품종 접목 나무는 도시농업이나 소규모 정원에서도 다양한 과일을 즐길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
넓은 땅이 없더라도 한 그루만 심으면 여러 맛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식물 재배 방식에 대한 힌트가 될 수도 있다.
샘 반 아켄은 지금도 미국 곳곳에 이 ‘프랑켄슈타인 나무’를 기증하고 , 그 수를 늘려가고 있다.
그의 바람은 단순하다.
“누군가 이 나무 아래서 꽃을 바라보고, 열매를 따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기를.”
그 말처럼 , 이 나무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다양성과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특별한 다리 역할을 하는것 같다.
혹시 당신 주변에도 한 가지 이상의 과일이 열리는 나무가 있다면 ,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보시길.
어쩌면 누군가의 손길과 오래된 품종의 기억이 , 그 나무 속에 담겨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