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 중 일부는 수억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채 살아남아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린다.
수많은 기후 변화와 멸종의 파도를 지나 현재까지 생존해온 이 나무들은 단순히 오래된 것이 아니라 ,
생태계의 끈질긴 생존력을 상징하는 존재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은행나무(Ginkgo biloba)이다.
지금 우리가 공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은행나무는 사실 2억 7천만 년 전 고생대 말기에 이미 존재했던 종이다.
한 때는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었지만 빙하기를 거치며 대부분 사라졌고,
중국의 한 산악 지대에서만 살아남은 것이 지금의 은행나무다.
이 식물은 공해에도 강하고, 병충해도 거의 없으며, 도심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모습을 보면
왜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 다른 살아있는 화석 ,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 역시 흥미롭다.
한동안 멸종된 줄 알았던 이 나무는 1940년대에 중국에서 극적으로 발견되었고 , 이후 전 세계로 퍼졌다.
이 나무는 공룡이 살던 시대에 이미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고,
지금도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잘 자라고 있는 나무다.
그리고 호주의 윌레마 소나무(wollemi pine)는 불과 1994년에 처음 발견된 살아있는 화석이다.
시드니 근처 한 협곡에서 등산객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이 나무는 이전까지 화석에서만 존재했던 종이다.
외형도 독특한데, 부드럽게 굽은 가지에 밀집한 바늘잎이 고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이러한 나무들이 오랜 세월을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첫째는 생존을 위한 유전적 단순성이다.
너무 복잡하지 않은 구조 덕분에 변화하는 환경에 오히려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둘째는 질병과 해충에 강한 저항력이다.
은행나무의 경우 잎과 씨앗에 항균 성분이 있어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
셋째는 극단적이니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함이다.
메타세쿼이아는 습지와 건조지 모두에서 자랄 수 있고, 윌레마 소나무는 거의 물이 닿지 않는 절벽에서도 살아남았다.
지구의 역사를 따라가 보면, 생명은 끊임없이 진화와 멸종을 반복하며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해왔다.
그 중에서도 살아있는 화석 나무들은 진화보다는 ‘견디는 능력’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도 이들이 버텨내는 이유는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복잡한 생존 전략 덕분일지도 모른다.
지금 당신이 지나치는 평범한 나무 한 그루가, 사실은 공룡과 함께 지구를 걷던 존재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무를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