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커피나무 (coffee)

이 작은 상록수는 에티오피아 남서부의 숲이 우거진 산 근처 어딘가에서 생을 시작했다.

넓은 타원형 잎은 가장자리가 주름지고 윗면은 반질거리고 어두우며 ,

밑면은 파스텔톤의 연한색으로 그늘을 선호한다.

만개한 커피나무꽃은 마음을 사로잡는 찰나의 기쁨이다.

인동과 자스민의 가벼운 향내를 풍기는 수천 송이의 섬세한 하얀 곷이

나무를 아름답게 장식하지만 고작 며칠만에 져 버린다.

매끄러운 계란형 열매는 빨간 우체통 색깔로 익는다.

수박과 살구 맛이 나는 얇은 과육이 우리에게 익숙한 세로선 자국이 있는 커피 원두 한 쌍을 둘러싼다.

커피의 밝고 달콤한 열매는 원숭이와 새를 유혹하기 위해 진화했다.

이들은 맛있게 열매를 먹고 과육 부분만 소화한 다음 씨앗은 온전히 배출한다.

이 씨앗을 모아 비싸게 파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 인도네시아의 ‘루왁 커피’는 마니아들에게 유난히 ‘부드러운 흙의 맛’으로 유명한데

다름 아닌 아시아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이다.

사람들은 애초에 이런 목적으로 사향 고양이를 잡아서 팔기도 한다.

이렇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 모든 커피 작물은 인간의 손으로 수확된다.

커피 열매는 모두 한 번에 익는 게 아니라서 기계 수확에 적합하지 않다.

1천여 년 전에 어느 천재가 , 혹은 천운을 타고난 사람이 커피나무의 열매에서

심심한 무향의 원두를 분리해 볶고 가루를 낸 다음 뜨거운물에 타 보았을 것이다.

그 결과물인 커피. 그러니까 그윽한 향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자극적이지만

알코올은 아닌 음료가 예멘을 거쳐 이슬람 세계와 오스만 제국 전역에 퍼졌다.

1600년대에 커피와 이슬람의 연관성 때문에 바티칸 사제들이 커피를

‘기독교인의 영혼을 사로잡으려는 사탄의 최후의 함정’ 이라며 금지하려고 했지만

교황 클레멘스 8세는 (아마도 커피를 직접 마셔본 후) 커피에게 세례를 베풀었다.

이 좋은 것을 ‘이교도들만 마신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참으로 매력적인 분이 아닐 수 없다.

17세기 중반 유럽 전역에 커피 하우스가 생겨났고 , 특히 런던에서는 사람들이 사업과 정치를

논하는 장소가 되었는데 , 이는 좀 더 가벼운 분위기에 여성을 환영하던 초콜릿 하우스와 대비되었다.

수 세기 동안 많은 문화에서 커피 예식이 발전했고, 묘하게 손이 가는 전용 장비들과 원두를 가는

방식 등 원산지 등에 대한 까다로운 취향들로 인해 이 예식이 유지되었다.

에티오피아는 유난히 정교한 커피 예식을 따른다.

향을 피우고 불이 이글거리는 숯불에 원두를 신선하게 볶아 카르다몸이나 다른 향신료를 함께 가루를 낸다.

그렇게 우려낸 강렬하고 진한 차를 팝콘을 곁들여 마신다.

가까운 곳에 에티오피아 카페가 있는 온 좋은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경험이지만 ,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마시는 것은 별로 좋지 못한 생각이다.

커피나무가 카페인을 만든 것은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다.

잎이 죽어 떨어지면 그 안의 카페인 성분이 토양에 스며들어 경쟁 식물이 발아하고 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

한편 카페인은 다양한 곤충과 곰팡이에게 치명적인 방어 물질이 된다.

그러므로 커피나무와 감귤류 식물이 꽃가루를 날라다 주는 곤충에게 대접할 꽃꿀에

카페인을 넣는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그러나 극미량의 카페인은 벌들의 기억력을 자극해 그 식물을 다시 찾아오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꽃은 적절한 수준에서 약리학적 효과를 나타낼 만큼의 카페인만 제공한다.

19세기 말 무렵에 아라비카 커피나무가 커피녹병 때문에 전멸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커피 숲에는 아라비카 커피보다는 맛이 거칠지만 면역력이 강한 로부스타 (coffee canephora)가

심어졌고 , 이제는 아라비카도 널리 재배된다.

오늘날 커피 품종은 기후 변화와 새로운 해충 , 그에 동반한 질병 등으로 다시 한번 위험에 처했다.

그러나 새로운 품종을 교배할 가능성은 있다.

약 120종 정도의 야생 커피가 열대 아프리카에서 서식한다.

이 커피들은 모두 향이 매혹적이로 카페인 함량도 다르다.

일부는 열이나 가뭄에 잘 견디고 다양한 토양 또는 식물 질병에 대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