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기름야자 (Oil palm)

기름야자는 눈에 띄는 굵은 줄기에 깃털 같은 긴 잎이 크게 펼쳐져

위엄은 있으나 단정한 느낌은 없는 식물입니다.

적도 근방 서아프리카의 습기 많은 저지대 자연 서식지에서 쉽게 눈에 띕니다.

열매는 작은 자두만 한데, 주황색과 와인의 붉은색이 강렬하게 섞였고

대추야자처럼 한 번에 수백 개씩 뭉쳐서 묵직하게 달립니다.

겉보기엔 먹음직스럽지만 섬유질이 많은 과육은 너무 질기고 기름져서 먹을 수 없으며,

기름기가 많은 속씨와 함께 육두구 크기의 씨를 감싸고 있습니다.

작은 마음에서는 낫 모양의 칼이 달린 장대로 열매를 따는데 ,

며칠간 기름기가 배어 나오게 두거나 물에 넣고 끓이면 걷어 낼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의 기름이 뜹니다.

실온에서 굳는 이 기름은 열량은 물론이고 우리 몸이 비타민 A를 만들 때 사용하는

베타카로틴의 중요한 원료입니다. 이 물질 덕분에 기름이 신기하게도 토마토색으로 물듭니다.

레드팜 오일의 강한 연기 냄새 , 버터와 당근 맛은 완벽한 서아프리카의 것입니다.

튀김 외에도 수프나 이 지역 소울푸드인 ‘팜 오일 찹 (닭고기와 소고기가 만든 스튜, 지글지글 끓는 넉넉한

레드팜 오일속에서 갈색이 된다.)’의 맛을 내는 데 사용합니다.

서아프리카 촌락에서 소규모로 생산되는 것과 달리 , 멀리 떨어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기름야자 플랜테이션을 보유하고

세계 연간 팜유 생산량 7,500만 톤의 약 85%를 생산합니다.

과육과 속씨에서 나오는 기름을 탈색, 탈취, 정제하면 아무 맛이 없고

값싸지만 여기저기 쓸모가 많은 제품이 됩니다.

팜유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마가린, 빵과 과자류, 라면, 감자칩, 아이스크림 등을 만듭니다.

또한 비누, 양초, 사료, 그리고 플라스틱, 윤활유, 화장품을 만드는 화학 재료로도 쓰이고

샴푸와 세제의 거품을 내는 물질이 되기도 합니다.

마트에 포장되어 진열된 제품 중 절반에 어떤 식으로든 팜유가 들어 있다고 보아도 좋습니다.

팜유의 이점에도 대가는 따라옵니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특히 동남아시아의 방대한 숲

(과거에는 생물 다양성이 집중되었던 곳이자 많은 멸종 위기 동식물의 터전이였다.)이

기름 야자를 기르기 위해 파괴되면서 기후 변화가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름야자 수출국은 당연히 더 많은 소득을 원하고 무엇보다 기름야자는

생산성이 높아 다른작물로 대체하려면 훨씬 더 많은 토지가 필요합니다.

향후 산림 파괴를 방지하고 휴경 농지를 보호하고 ,

바이오 연료처럼 비식품에 팜유를 사용하는 일을 막는 것만이 해결책입니다.

기니의 소규모 경장지로 다시 돌아가 보면 기름야자가 주는 또 다른 선물이 있는데 .

바로 야자 와인입니다. 높은 곳을 두려워하지 않는 현지인들이

나무 꼭대기의 꽃 부분을 잘라 낸 다음 달콤한 수액을 박이나 큰 병에 받아서 내려옵니다.

수액은 이내 발효하기 시작하여 천연 효모와 박테리아의 혼합물 덕분에

몇 시간 만에 탁해지면서 상큼한 거품이 일고 도수가 너무 높지 않은 맥주 정도의 술이 됩니다.

야자 와인은 시큼하고 효모 향이 나며 감귤류의 과일 맛이 나는데, 살짝 견과류나 팝콘이 섞인것 같기도 합니다.

플라스틱 석유통에 담겨 길거리 좌판에서 팔리는 야자 와인은 갈증 해소제로도 인기가 좋고, 모든 통과 의례에 빠지지 않는 술입니다.

야자 와인의 유통 기한이 하루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 술은 현지에서만 즐길 수 있고 , 그래서 더 값어치가 있습니다.

1940년대 후반에 감미롭고 부드러운 음악 장르가 항구 도시의 주점에 등장했는데,

그곳에서는 선원들이 맥주 대신 야자 와인을 즐겨 마셨습니다.

지역색이 강한 노래와 리듬이 라이베리아 선원들의 음색과 트리니다드섬에서 온 칼립소,

그리고 기타리스트의 연주와 잘 어우러졌습니다.

그들의 악기는 원래 포르투갈 선원들이 들여온 것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팜 와인 뮤직 (1930년대에 서아프리카의 영어권 나라에서 유행한 댄스 음악)의

조화롭게 잘 버무려진 소리는 대규모 기름야자 생산지의 엄격한 단일 경작으로부터 멀리 벗어난 저세상 음악처럼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