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생인 코코넛야자는 열대의 풍족한 삶을 상징합니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인간의 긴 필수품 목록을 채워 주는 식물이기도 합니다.
음식과 피난처 , 연료와 섬유, 식기 도구, 약물과 연고로 쓰일 뿐 아니라
끓여서 끈적하고 진한 야자즙 조당을 만들거나 발효해서 야자 와인을 담그기도 합니다.
코코넛은 태평양과 동남아시아 문화에 깊이 파고들어 개별 품종과
단계별 숙성도를 나타내는 말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코코넛의 기원은 필리핀과 남서 태평양 사이의 어디쯤으로
오스트로네시아 항해자들의 도움을 받아 선사 시대에 바다를 타고 확산하였습니다.
그 이후로 코코넛은 열대 지방 전역에 심어졌고 ,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생산 지역은 인도네시아입니다.
30미터 높이에 이르는 호리호리한 바닷가 코코넛야자의 회색 나무줄기는
특이하게도 물을 향해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기울어지는데 ,
다른 식물의 그늘을 피하려는 것입니다.
깃털 같은 나뭇잎이 기백 있게 헝클어진 수관은 지속적으로 재생됩니다.
나뭇잎은 처음엔 하늘을 향해 자라다가 약 3년이 지나면 떨어지고 새로운 잎으로 대체됩니다.
떨어진 잎이 나무줄기에 남긴 물결무늬가 곧 그 나무의 나이입니다.
코코넛의 크림 노란색 꽃은 조밀하게 모여 있는 수꽃과 공 모양으로 뭉쳐나는 암꽃이 꽃가지를 공유합니다.
꽃이 피고 수확까지 1년쯤 걸리는데 , 그동안 코코넛 열매의 바깥벽은 세 겹으로 발달합니다.
방수가 되는 맨 바깥 껍질은 초록색이였다가 익으면서 갈색이 됩니다.
질긴 섬유질의 중간층 안에는 낯익은 단단하고 짙은 갈색의 코코넛이 나옵니다.
식물학에서는 코코넛은 ‘핵과’로 분류하며 , 올리브나 자두처럼 딱딱한 포장 안에 씨가 들어있습니다.
코코넛이 부모로부터 멀리 떨어진 모래밭에서 발아하게 돕는 특성들은 인간에게도 유용합니다.
열매를 보호하고 공기를 가두어 물에 뜨게 하는 섬유층은 질긴 코이어의 원료가 되어 배의 밧줄,
솔, 그리고 현관 앞 깔개를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합니다.
이 섬유질은 모래밭에서 싹이 자리 잡도록 돕는 스펀지 같은 뿌리 속 배젖 안에는
어린 나무에 필요한 영양분이 저장되었는데 처음에는 달콤한 향기가 나는 액체로 시작합니다.
코코넛 워터라고 부르는 이 액체는 서구에서 건강식품으로 팔리는 가격과 비교하면 현지에서는 무척 저렴합니다.
코코넛 열매 한 개에 0.5리터 이상의 물이 위생 용기에 들어 있는 셈이라 가뭄철 귀한 식수원이자
긴 항해의 필수품이기도 했습니다.
코코넛 워터는 응급 상황에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정맥에 투여될 정도로 살균된 상태입니다.
열매가 익어 가면서 내부에 우윳빛 반투명 층이 발달하는데 , 부들거리는 식감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숟가락으로 퍼서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필리핀 품종인 마카푸노는 젤리 같은 과육이 가득 차 있고 ,
그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잘라서 설탕을 가미하고 병에 담아
젤라틴 돌연변이 코코넛이라는 솔깃한 이름으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배젖이 서서히 단단해지면서 눈부시게 하얀 지방질 과육이 안쪽 벽을 감쌉니다.
말린 코코넛 과육인 코프라는 코코넛 기름의 원료인데 , 한때는 주요 식물성 기름으로 거래되었고
결국엔 팜유와 콩기름으로 대체되었지만 여전히 귀중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킬로그램이나 나가는 열매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
키 작은 품종은 칼날이 달린 대나무 장대를 써서 수확하거나 용감무쌍한 사람들은
직접 나무를 타고 올라가 열매를 따기도 합니다.
타이 남부와 말레이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돼지꼬리마카크를 훈련해 열매를 수확하는데 ,
그 속도가 사람보다 20배나 빨라 하루에 무려 1,600개를 따기도 합니다.
16세기에 포르투갈 항해사들은 이 열매를 ‘코코’라고 불렀는데
‘활짝 미소짓다’ 라는 뜻과 세 개의 발아 구멍이 얼굴처럼 보여 ‘귀신’ 이라는 뜻도 있었다고 합니다.
안에 들어 있는 작은 배아는 뒤쪽에 있는 구멍으로 먼저 싹을 내보내는데
제대로 뿌리를 내릴 때까지 열매에 잔뜩 저장된 양분을 이용하여 다른 식물과의 경쟁에서 버텨 냅니다.
묘목은 열매의 안쪽 공간을 완전히 채우는 크림색의 둥근 코코넛 ‘애플’로부터 물가 영양분을 흡수합니다.
시장에서 팔지는 않지만 먹을 수 있고 갈증을 달래는 아삭한 간식입니다만 먹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는게 좋습니다.
애써 싹을 틔운 이 코코넛을 지금 먹지 않고 놔두면 커다란 나무로 자라 한 가족의 식량이 될테니까요.
아주 드물긴 하지만 코코넛 열매에 딱딱한 구체 또는 서양배 모양의 ‘진주’가 들어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과거 동양의 왕자들은 이를 행운의 부적으로 삼아 대단히 귀하게 여기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19세기에는 유명 학술지에서 이 진주의 실체를 검증까지 했지만 현대에 와서 분석한 결과,
실제 진주의 구성 성분인 순수한 탄산칼슘으로 되어 있기는 해도 식물이 진주를
매커니즘은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으므로 과거 연구자들이 누군가 슬쩍 감춰둔
진짜 진주조개의 진주에 속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오늘날 코코넛 열매는 여러 문화권에서 축복받은 행운과 생식력을 상징하며
힌두교의 종교 예식에서 흔하게 제물로 바쳐지는 식물입니다.
매혹적인 코코넛은 세상에서 가장 유익한 나무의 산물이니 충분히 그럴 만 합니다.